소통의 즐거움.
by 시아
다단계에 끌려갈 뻔 했던 기억, 그리고 지금...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당사자가 이 글을 볼지 몰라 해 두는 말.
당신한테는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 없습니다.
실명이나 닉네임 공개 안하는 것만으로도 저로서는 최대한의 배려를 해드리고 있는 거라는 걸 명심해 주시죠.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2006년 겨울부터 1년 좀 넘게 코스프레라는 취미 생활을 즐겨오고 있습니다.

07년 초에 마침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칭송받는 자' 팀코 모집이 있기에 신청 메일을 보내고, 그걸 계기로 모 코스팀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코스팀에는 다수의 여성 코스어와 지금부터 할 이야기의 주인공인 P군이 있었고, 저와 지금의 남친님은 칭송 코스를 위해 들어간 신입이었습니다. 저희가 들어오고 얼마 안 있어 P군이 초빙(?)해 온 사진사 R 오라버님도 가입하셨고요.

P군과는 얘기도 잘 맞는 듯해서 꽤 빨리 친해졌고, 5월까지는 팀원들끼리 아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코스 행사나 코믹도 자주 함께 했었구요.
그러다 팀에서 가을쯤 Fate 팀코를 하자고 얘기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팀 단체로 하려던 것이, 끌리는 캐릭터가 없거나 사정이 있다는 팀원들이 생겨서 그냥 하고싶은 사람끼리 따로 카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주축이 된 것이 저와 남친님이었고, P군은 제가 설득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쯤에 P군이 회사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방학 중 아르바이트지만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휴학하고 계속할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바빠서 정모 같은 덴 잘 못 나오겠지만 시간 내서 코믹에는 꼭 나가겠다 했습니다.
바쁘다고 해서 단체 주문했던 코스프레 의상은 제가 받아두기로 했었고요.

그리고 방학을 했고, 기숙사가 방학 때 공사 때문에 운영하지 않는다 해서 전 선릉 쪽의 고시원에 두 달간 살게 되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의 일입니다...

어느날 P군에게 연락이 와서는, 자기네 회사가 실은 잡지사인데, 마감이라 일손이 모자라서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자기 블로그에 언젠가 써 두었던 글-애니메이션 스크립트 받아적고 번역하는 알바를 하고 있다던-까지 보여주면서 이런 일이라구요. 치밀하죠.

알고 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제 꿈은 프리랜서 번역가입니다.
물론 "꿈은 클수록 좋으니까 최고의 목표는 동시통역사!" 라고 떠들고 다니긴 하지만, 현실적인 꿈이라면 번역 쪽이겠죠.
그런 저한테 출판사와의 접점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때, 눈 수술 때문에 방학숙제를 못 해서 나름대로 꽤 바쁜 시기였지만, 나름 기회라고 생각해서 방학숙제를 뒷전으로 돌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긴 했어요. 마감이라 전철 끊길 때까지 일할 경우가 있으니까 만일을 대비해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 정도는 준비해 오라고 하고, 마감 끝나면 바로 바다에 뒷풀이 갈 테니까 참가하면 좋겠다는 등...
하지만 저도 만화 그리던 시절에 마감 전 아수라장을 자주 겪었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당일.
나름 옷차림에도 신경 쓰고, 두근두근하면서 찾아갔더니만... 갑자기 출판사 일이 아니랩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맘을 추스리고 그럼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네요.

순간, '이거 다단계 아냐?'라는 생각이 확 들었지만, 혹시 아니라면 실례니까 일단 목구멍까지 치솟아오른 말을 꾹꾹 눌러담고선 일본어 관련 일이 아니라면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잡더군요. 끈질기게.

자기 생각에 정말 좋은 일이라서 소개시켜 주고 싶어 부른 거라는 둥, 화내지만 말고 어디 시원한 데 들어가서 잠깐만 얘기를 들어보라는 둥.
그래서 거짓말로 불러낸 거 자체를 이해할 수 없고, 마케팅 관련 일할 생각 따위 전혀 없으며, 지금은 네 거짓말에 화가 나서 얘기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니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얘기하고 불러냈으면 나왔겠느냐"
..........그 시점에서부터 이미 떳떳치 못한 일이라는 거 아닌가요?
열받아서 "너 그거 다단계 아니야?"라고 했더니, 다단계에 대해서 뭘 아느냐고 반문하더군요.
..........그러니까 그건 다단계 맞다는 소리?

여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기 때문에 잡든지 말든지 도로 지하철역으로 걷고 있자니
얼씨구. 웬 양복 입은 놈이 하나 나옵니다. 회사 분이시라네요.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대답 안했더니 P군이 제 대신 낼름 대답하더군요.
열받아서 니가 뭔데 저사람한테 내 이름을 함부로 가르쳐주냐고 했더니, 자기 회사분이신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되려 큰소리.
그 후에도 저에 관한 얘기를 주절주절 떠들더군요.

아무튼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지하철로 갔습니다.
8월 말이라 날씨는 끔찍하게 더웠고, 신경쓴다고 입은 블라우스는 통풍이 별로 안 좋은 재질인데다, 화나고 당황해서 온몸은 땀범벅이라 불쾌지수는 120%를 돌파하려는 지경이었죠.

그래도 카드 찍고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면 포기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두 사람이 다 따라 들어오더군요.......
이쯤 되면 공포 수준이죠 -_-

계속계속 옆에서 떠들어댑니다.
전철 두 번 갈아타는데도 계속 따라와서, 승강장이건 차량 안이건 상관않고 엄청나게 커다란 목소리로. 그것도 수진씨 수진씨 하면서. 내 이름 당신같은 인간이 함부로 막 부르라고 지어주신 거 아니거든요?
게다가 그 양복 입은 인간 말하는 내용이, 처음에는 얘기 한 번만 들어보라는 투에서 슬슬 거칠어져 가더군요.
원래 그렇게 사람 무시하는 게 습관이냐? 성격이 원래 그따위냐? P씨 이번에도 사람 데려오는 거 실패했으니 이제 회사 그만둬야되겠다. P씨 회사 그만두면 당신 탓이다. 혹시 둘이서 짜고 P씨 데려가려고 온 거 아니냐? 그런 거면 성공한 거네.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사람 끌어들이는 거 실패했으니 그만둬야 되겠다고? 그거야말로 불법 다단계라는 걸 제 입으로 공언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튼 대꾸해주면 좋아하는 거 같아서 중간부터는 아예 무시하고 있었지만... 원래부터 남들한테 주목받는 걸 싫어하는데 전철 안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니 정말 정신공격이 따로 없더군요 -_-

그리고 선릉역에 도착해서 고시원으로 가고 있는데, 거기까지도 따라오더군요...
그 양복, 이젠 아예 욕이라도 실컷 하기로 작정한 양 절 아주 이상한 사람 취급하더군요.
자기가 왜 여기까지 따라와야 하냐고, 택시비 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누가 따라 오랬답니까. 어이가 없어서.

아무튼 살고 있는 곳까지 가르쳐줬다간 뭔 일을 낼지 몰라서,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 양복씨, 경찰에 신고하면 자기가 겁낼 줄 아느냐, 그래 어디 한번 여기서 경찰 만나 얘기해보자 이러더니
한 몇 분 지나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간다면서 P군을 끌고 사라집디다.
경찰 무서워 도망간다고는 죽어도 말하기 싫었나 보죠.
마지막까지도 "집에 들어가서 우는 거 아니냐"며 빈정빈정거리고 가더군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기다린 다음 경찰 아저씨를 만나서 해결되었다 말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경찰 아저씨 말씀이, 그런 데 빠지면 가족이고 친척이고 없다며 아무도 믿지 말고 조심하라더군요.

고시원 방에 돌아와서, 정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어쨌든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에 샤워를 했습니다.
나와서 방에 앉아있는데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절친한 친구까진 아니지만 나름대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가 가장 원하는 걸 미끼로 거짓말을 해서 다단계에 끌어들이려고 했다는 것에 배신감도 엄청났고.
마산에서 먼 서울까지 와서 혼자 공부하고 있는 사람을 타겟으로 했다는 점도 너무 화나고
안그래도 사람 잘 못 믿는데 아주 불에 기름을 붓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 회사라는 곳 안에 들어가기 전에 나왔으니 망정이지, 안에 끌려들어갔더라면 무슨 짓을 당했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고요. 완력으로 잡으면 저항 못했을 거란 생각 하니까 여자인 게 참 서럽기도 하고...

그러고 앉아있는데 문자가 열 몇통 줄줄이 오더군요.
미안하다며, 자기도 이제 보니 그 회사 이상한 것 같다고, 그만둔다고 하고 왔다고, 그런 회사 있었다는 거 너무 창피하니깐 제발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헷갈리더군요. 정말로 창피하니까 말하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소문나면 다른 사람 끌어들이기 곤란해지니까 말하지 말라는 건지.
그래서 R 오라버니께 상담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랑 P군을 둘 다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근데 전화로 말씀드리기 뭐해서 만나자고만 했더니, P군한테 절 만난다는 걸 말해버리셨나 봐요.
바로 전화가 와서는 "괜히 걱정끼치는 거 싫어서 말하지 말라고 한건데 그렇게 얘기해버리면 우리들 관계가 안좋아지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목소리 무섭던데요? 협박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전화를 받은 나도 병신이지 -_-;

아무튼 오빠께 말씀드리고 난 며칠 후, 오빠를 통해서 그 사람이 회사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있다고 했단 말을 들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 회사를 그만두지도 않았을 뿐더러, 고향에 내려가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Fate 팀코는 당연히 같이 못 하게 되었고, 당시 팀원들 소품을 P군이 담당하기로 했기에 이 쪽도 피해가 좀 있었습니다.
제가 맡고 있던 P군의 의상도 오갈 데 없게 되어, 지금의 남친님이 빌려서 맡아두는 형식이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며칠동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방학 마지막 한 주동안 방학숙제엔 손도 대지 못했으며,
개강하고도 한참 동안 "나 못 믿어?"라며 내려다보던 눈빛이 생각날 때마다 혐오감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안그래도 약간 기미가 있던 인간불신은 더더욱 심해져서, 2학기 사생회 활동하는 데도 약간 영향이 있을 정도였죠.

그래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혹여나 정말로 실수한 거라면, 나중에 돌아왔을 때 나쁜 소문이 퍼져 있으면 가엾다 싶었으니까요.
알리지 않으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만약 정말 뉘우치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맞부딪치고 있었죠.
하지만 R 오빠의 일단은 두고 보자는 말씀도 있고 해서 일단은 가만히 있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연락은 끊기고, 바쁜 2학기 생활을 보내면서 조금씩은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되었죠.
1월 4일에 이런 쪽지가 왔더군요.


남한테 그렇게 트라우마가 될 만한 짓을 저질러놓고는, 놀라게 한 건 미안하지만 자기는 떳떳하다는 식의 저런 쪽지.
네, 머릿속에서 뭐가 핑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1월 5일, 네이버 블로그에 이 글을 포스팅했습니다.
제 쪽지함에 저따위 웃기지도 않는 쪽지가 오는 것도 싫었고, 정말이지 인연 끊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때까지도 누구인지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추측하게 되는 지인이 생기더라도, 그건 그 뻔뻔스러움에 대한 일말의 응보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어차피 별로 타격은 되지 않을 테니까요. 제가 무슨 메이저 블로거도 아니고 말이죠.

그런데 1월 14일에 안부게시판에 이런 장문의 글을 남겼습니다.

(관계없는 분의 이름이나 상황은 모자이크 처리, R 오빠의 실명은 이니셜로 표기했습니다)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정말로 사과할 마음이 든 것일까 하고요.
그런데 글 내용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더군요...
은근히 '다른 사람들은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던데 당신만 떽떽거린다'라는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하고,
특히 끝에서 두 번째 단락의 "나도 코믹월드 가서 사진 찍을거야."라는 부분은... 뭐랄까, 코믹 갈 건데 이 여자가 깽판 놓는 건 아닌가 걱정되서 자꾸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요? '화해하고 나서 설마 소문 퍼뜨리진 않겠지' 이런 계산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리고 R 오빠에 대해서도 참 서운한 맘이 들더라구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그런 것 다 아시면서 저렇게 금방 받아들이시고는, 쓰던 카메라까지 넘기시고 게다가 코믹도 같이 가기로 하시고...
물론 안지 1년 남짓인 저보다야 6년지기라는 P군 쪽이 더 애틋하긴 하시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답장을 하지 못하고 고민 속에 3일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월 17일.
아침에 네이버 접속해보니 이런 쪽지가 왔더군요.

아아, 이 쪽지는 지금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네요. 저, 멱살 잡겠다는 말 들어본 거 처음이었거든요... 그것도 키 180이 넘는 남자가,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여자한테요...아하하...=ㅂ=
매장시키려고 했다는 건 참 어이가 없었지요. 제 입장에서야, 실명 닉네임 블로그주소 다 여기저기 공개해버릴 수 있는데도 굳이 이름 거론 안하면서 참고 또 참아줬는데 말이죠. 진짜 홧김에 다 퍼뜨려버릴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_-
그리고 아쳐의상과 가발... 뭐랄까, 이것저것 다 제쳐놓고 결국 그 의상비 받으려고 화해 시도 한 건가....라는 느낌.
덕분에 팀코 주요 캐릭터 펑크나서 인원 급구하느라 들인 노력이랑, 소품 맡겼다 펑크내서 급히 수주 찾아봐야했던 사람 손해는?
아니아니 그런 건 다 제쳐놓고, 3일만에 이 돌변한 쪽지는 뭐랍니까. 술먹고 쓴 건가 순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R 오빠를 통해 만나자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물론 단둘이 만날 배짱은 없고(멱살 잡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무슨 힘이 있나-ㅂ-), R 오빠와 남친님을 동반한 4자 대면으로 결정되었어요.

그리고 대면하기로 한 날 저녁.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지 갈피가 잡히지 않더군요.
미안하다고 숙이고 나오면 그 욕 쪽지가 술을 먹고 쓴 것이거나 한 것일 거고, 쪽지랑 똑같은 태도로 나오면 그간 사과하겠다는 말들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치켜들고 저를 내리깔아 보더군요.
그 순간. 이건 도저히 화해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하고 싶으신 말이 뭔데요?"라고 물었습니다. 친한 사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반말은,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분위기는 험악.
사람이 사과하자고 하는데 그따위 태도로 나오면 굳이 인간취급 해줄 것 없지 않겠냐느니, 당사자하고 대화 안하고 블로그에 찍찍 써갈기는 걸 보면 인격을 알 만하다느니,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군요.
저는 저대로 사과할 때는 언제고 그런 180도 태도가 바뀐 쪽지를 보내다니 이중인격자 아니냐고 했던 것 같네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러자 R 오빠께서 중재에 나서서 서로 헐뜯지 말고 할 말만 하라고 하시더군요.

이성을 좀 찾고(;;) 조목조목 얘기했습니다.
잘못했다고 생각했으면, 상대방이 용서를 해주든 말든 사과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안 받아주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정 화해하고 싶다면 용서할 맘이 들 때까지 미안하다는 태도로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이 내가 이렇게나 용서를 빌어 '줬'는데 왜 안 푸냐고 되려 공격하고 욕하면, 앞의 사과가 진심이라 생각될 거라고 생각하시냐고요.
홀가분한 모습을 보이고 말고는 그쪽 사정이지,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 가해자의 마음 상태까지 신경써줄 거라고 생각하냐구요.

솔직히, 그쪽에선 할 말 없죠 뭐.

게다가 중간에 R 오빠가 제 말이 맞다는 식으로 말씀하시자 그제서야 사과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봐야 뭐 하나요. 이미 처음의 그 태도로 신뢰도는 바닥을 쳤는데요.
이미 무슨 말을 하든,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지요.
오히려 오빠가 뭐라고 하시니까 자기가 불리하다 생각해서 급 태도 변경한 거라고 생각될 뿐...

다 필요없고, 실명 공개같은 거 안 할테니까 그냥 인연 끊어달라고 했습니다.
아쳐옷도 그대로 있으니까 돌려주겠다고 했더니, 필요없댑니다. -_-;

그리고나서 오빠가 저한테 그러시더군요... 제가 나이가 위니까 좀더 어른스럽게 대처하길 바랐다고요. 어린 사람이 실수한 거라 생각하고 좀더 배려해줄 수는 없었냐고요.
좀 폭발했습니다 --^
저, 다단계에 끌려갈 뻔했는데도 퍼뜨리지도 않고 맘 한구석에 꽁꽁 묻어뒀다가, 어이없는 욕 쪽지 받고도 끝까지 다른 사람들한테 공개 안하고 직접 대면해서는 다 필요없으니 그냥 인연만 끊어달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판단 보류를 하고 있었다고요. 너그러우면 너그러웠지 심하게 대한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요...

아무튼, 그런 식으로 결정이 나자 "이런 결과가 되어서 정말 유감스럽다, 하지만 나중에 코믹 같은 데서 보면 받아주든 안 받아주든 인사할 거다. 언젠가 용서할 맘이 들면 연락해달라"며 울 듯한 얼굴로 말하더군요.
그리고는 약속이 있다고 먼저 갔는데 말이죠..........
보통 이런 자리에 오면서 다음 약속을 잡습니까? -_-;;;;;;;;;;;;;;;;;;;
제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울 듯한 얼굴도 가식덩어리로 보일 뿐 -ㅅ-;;;;;;;;;

어쨌든 그러고나서, 오빠한테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했습니다...
P군을 감싸고 도시는 듯한 태도 때문에 솔직히 상처 많이 받아서, 이제 그만 보겠다고 말할 참이었어요.
근데 오빠가 먼저 "말해두는데 둘 다 내 동생들이니까 안 보고 이럴 생각 없다"고 선수를 치시는 바람에......
서운했다고 말하는 정도로 끝났습니다. 훗, 역시 연륜은 이길 수 없는 걸까요.


이렇게 해서 일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근데 말이죠.........
이번 코믹 때 오빠가 P군과 함께 오시고, 저희랑은 잠시 짬내서 만나 찍어주시더군요.
뭐, 좋아요. 코믹은 큰 행사니까요.

근데- 코스프레 관련 네이버 카페 중에 '코사모'라고, 정기적으로 양재 시민의 숲에서 촬영회를 여는 곳이 있거든요.
시민의 숲이면 집 바로 앞이라 늘 좋아라 참가하던 곳인데요,
덧글로 참가 신청을 하는데... R 오빠의 닉네임이 있기에 '어 이번에 오시는구나, 말씀도 안해주시구~ 이런~'하면서 참가 신청하려고 덧글란 스크롤을 내리는데... P군의 신청 덧글이 있더군요.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여쭤봤습니다. 같이 오시냐구요. 그렇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혹시 오빠가 먼저 가자고 한 건 아니시죠? 그럼 저 좀 섭섭해요~^^"하고 말씀드렸더니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가자고 약속했던 거라는 대답.
전 그 사람 온다니까 가기 껄끄럽다고 했더니, 굳이 피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빠랑은 촬영 못하겠네요, 라고 말했더니, 그럼 다음에 좋은 곳으로 촬영가자고 하십니다.

...조금 울고 싶어졌는지도.
왜 모르실까요? 일련의 사건으로 그 사람은 저한테 있어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무서운 사람'이 됐다는 걸.
집 바로 근처에서 열리는 소규모 촬영회에 같이 오신다는 게 저한테 얼마나...
남친님도 바로 최근에 일본 갔고, 안그래도 혼자 남아 불안한데 이러실 건 없잖아요.

내일 열리는 에버랜드 코스프레는 참가합니다.
하지만 코사모는... 모르겠네요...

어쩌면 코스를 접지 않는 한, 이 사건은 계속 저를 쫓아다닐지도 모르겠네요.
우울한 밤입니다...
by 시아 | 2008/03/28 23:52 | 오늘의 私見思考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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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arte's me2DAY at 2008/07/26 14:55

제목 : 시아의 느낌
옛날 일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읽다. 조금 싱숭생숭....more

Commented by Heeyachan at 2008/03/29 00:32
다단계 -_-;;;; 무섭다;;;
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8/03/29 01:07
흠...이게 사실이라니 좀 무섭군요.
Commented by 시아 at 2008/03/29 01:46
희야 | 응.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잖니 나.

세바 | 좀이 아니라 많이. 나, 왠지 작년은 찌질함의 끝을 본 것 같아...
Commented by 샤베트 at 2008/03/29 14:18
와 진짜.............그런 미친 썅썅바 같은..............아 진짜 큰일날 뻔 하셨네요...상종도 못할 인간 같아요....인연 끊는 게 맞는거 같네요..아 정말 소름 끼칩니다.
Commented at 2008/03/29 15: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고기 at 2008/03/30 00:20
아직도 컨티뉴였구나 ; 좀 짱인듯;
Commented at 2008/03/30 03: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시아 at 2008/03/30 19:55
샤베트님 | 세상에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많이 있더라고요-_-;;; 그래도 안 끌려가서 다행이죠 뭐ㅠㅠ

아키님 | 우왓, 장문의 조언 감사합니다 'ㅁ'
싫다는 표현은 대면식 자리에서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명확히 한 것 같은데 말예요. 앞으로 더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다고요... 근데도 마지막에 혹시 보게 되면 인사하겠다며 가니 이건 뭐 ㄱ-;;
그리고 혼자 다닌다면 신경 끄겠는데 아직은 관계가 괜찮다고 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게 문제인 거죠. 그냥 두 사람 다 안 보는 쪽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예요.

고기 | 응. 좀짱... 역시 코스를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컨티뉴일 듯해. 그래도 좀 열받긴 한다. 일 저지른 사람이 창피해서 잠적해야 되는 건데 내가 피해야 한다는 게... 아무리 X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는 하지만-_-;

미링님 | 이미 저의 이해의 범주는 아득히 넘어선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지만)이지요. 정말 사람 잘못 만나는 게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ㅅ=
Commented by 키아 at 2008/03/31 17:47
힘들고 무서운 일 겪으셨군요. 토닥토닥
저도 이번에 이사하면서 사람이 그냥 봤을 때 좋다거나..하는 걸로 신뢰하면 안되겠구나 했어요.
특히 돈문제가 섞이면~ @ㅁ@
아무튼. 다단계 시작을 안하시고 빨리 빠져나오셔서 너무 다행이네요.
Commented by 시아 at 2008/04/02 22:46
키아님 | 정말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죠? 휴... 안 끌려들어간 게 정말정말 너무 다행이에요 ㅠㅠ
Commented by Subaru at 2008/04/03 00:15
작년 여름이면 마지막으로 봤었을 때네..

이것저것 고생 많았어; 아직 완전히 끝나진 않은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셤 면접도 보아하니 잘 본 것 같네- 진짜 합격되길 바래!

Commented by 둥가 at 2008/04/04 09:19
좀 무섭네요;;
Commented by 시아 at 2008/04/04 12:22
스바루 | 응, 너 가고 나서 8월 말쯤 생긴 일이야 =ㅅ=;; 진짜 술안주거리 아니냐?
합격되면 우리 일본에서 보는 거? 근데 넌 언제 입국하는 거야?

둥가님 | 무슨 일이든지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ㅡㅠ
Commented at 2008/04/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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